잔광 (Afterglow)

작품 개요 - 작품명: 잔광 (Afterglow) - 작가: 육대근 - 장소: 부천아트벙커B39 유인송풍실 - 설치 시기: 2021년 겨울 - 매체: 조명 설치 (Light Installation) - 상태: 상설 전시 중 (2021 ~ 현재)
작품 소개
한국어
<잔광(Afterglow)>은 부천아트벙커B39의 유인송풍실에 설치된 장소특정적 조명 작품이다.
유인송풍실은 과거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B39에서 다 태워진 기체를 굴뚝으로 내보내던 공간이다. 소각장이 폐쇄된 뒤, 기계는 멈추었고 공간은 비었다. 그러나 기계가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다. 가동되던 시절의 열기, 진동, 소음의 흔적, 그리고 이 공간이 한때 살아 있었다는 기억.
이 작품은 그 기억에 형태를 부여한다. 꺼진 형광등이 완전히 소등된 직후 잠깐 남기는 잔광(afterglow)처럼, 조명은 기계가 이 자리에 있었음을 말하고, 작동은 멈추었지만 아직 숨 쉬고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빛은 기계의 부재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부재 안에 남아 있는 존재의 여운을 드러낸다.
설치 이후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관람객이 이 공간을 찾아 사진을 남기며, B39를 대표하는 벙커 공간만큼이나 많은 사진이 찍히는 장소가 되었다.
작업 의도
멈춘 기계의 숨
소각장의 기계는 단순한 장치가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 기계는 열을 만들고, 공기를 밀어내고, 소음으로 벽을 채웠다. 기계가 가동되는 동안 이 방은 살아 있었다. 기계가 멈추면서 공간도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그 '멈춤'이 완전한 부재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형광등의 잔광은 전원이 끊겨도 잠시 빛이 남는 물리적 현상이다. 이 현상을 은유로 확장하면, 기계가 떠난 공간에도 가동의 여운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잔광은 꺼짐과 켜짐 사이의 시간, 부재와 존재 사이의 간극에 존재한다.
작품이 남긴 것
2021년 겨울 설치 이후, <잔광>은 B39를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는 B39 사진 중 쓰레기 벙커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며, 전시 기획이 바뀌어도 유인송풍실의 잔광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지속성은 작품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잔광은 순간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에 관한 작품이다. 관람객이 수년째 이 공간을 찾는다는 것은, 빛이 만들어낸 감각적 경험이 일회적 관람을 넘어 기억으로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