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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Art Article · 2026.10.04

소리는 어떻게 보이는 것을 다시 쓰는가

미셸 시옹의 오디오비전과 부가가치 개념으로 영상 설치에서 소리와 이미지가 서로의 의미, 시간, 공간을 바꾸는 방식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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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프레임과 보이지 않는 음원의 파동이 서로의 공간을 바꾸는 추상적 시청각 개념 이미지

영상 설치에서 소리와 이미지가 맺는 관계를 추상화한 AI 생성 개념 표지입니다. 실제 작품이나 전시 기록이 아닙니다.

영상 설치 앞에서 눈을 감으면 작품의 크기가 달라진다. 화면의 경계는 사라지지만 스피커에서 나온 저음과 잔향은 벽 바깥까지 공간을 밀어낸다. 반대로 소리를 끄면 방금 전까지 위협적으로 보였던 장면이 무심한 반복 영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영상을 먼저 보고 소리는 그 위에 얹힌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나뉘지 않는다.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영화 음향 이론가 미셸 시옹(Michel Chion)은 이 결합을 ‘오디오비전(audio-vision)’이라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학교출판부의 개정판 《Audio-Vision: Sound on Screen》 소개를 보면, 소리는 이미지를 보완하는 부품이 아니다. 보기와 듣기를 함께 바꾸는 지각이 책의 주제다.[1] 영화에서 출발한 이 관점은 영상 설치와 다채널 전시에도 잘 맞는다. 작품의 형식은 화면 수나 해상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관객이 무엇을 보았다고 믿게 되는지에는 소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 있다.

소리는 이미지에 있던 의미를 꺼내는 척한다

시옹의 ‘부가가치(added value)’는 소리가 이미지에 표현적·정보적 가치를 더하면서도, 그 의미가 원래 이미지 안에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를 가리킨다.[2] 텅 빈 복도를 촬영한 같은 영상에 낮은 기계음을 붙이면 감시 시설처럼 보이고, 멀리서 들리는 생활 소음을 붙이면 누군가 막 자리를 비운 장소처럼 보인다. 달라진 것은 소리인데 관객은 이미지 자체가 다른 정보를 주었다고 기억하기 쉽다.

배경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리는 화면의 시간도 조직한다. 규칙적인 충격음은 컷 사이에 인과를 만들고, 끊어진 호흡은 고정된 얼굴에 긴장을 부여한다. 다채널 스피커에서 움직이는 소리는 프레임 밖에 통로와 방, 보이지 않는 행위자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컬럼비아대학교출판부의 책 소개도 멀티트랙 디지털 사운드가 행위의 공간을 확장하고 장면 구성 방식을 바꾼다고 짚는다.[1]

작품을 분석할 때 “화면이 무엇을 보여 주는가”만 물으면 관찰의 절반을 놓친다. 소리를 빼고 이미지를 본 다음, 이미지를 가린 채 소리를 듣고, 둘을 다시 합쳐 보면 결합이 만든 의미를 분리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시옹의 공식 사이트에 공개된 음향 영화 용어집은 인과적·의미적·환원적 청취라는 서로 다른 듣기 방식에서 출발해 자신이 발전시킨 개념들을 정리한다.[3] 무엇의 소리인지, 무슨 뜻인지, 어떤 질감과 리듬인지에 따라 같은 음향도 작품을 다르게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공간을 점유한다

화면 밖 목소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발화자의 위치와 몸이 확인되지 않을 때 목소리는 공간 전체에서 들려오는 듯한 힘을 얻는다. 시옹은 《The Voice in Cinema》에서 얼굴 없는 목소리와 그 힘을 영화의 중요한 현상으로 다룬다.[4] 관객은 보이지 않는 화자의 위치를 추정하고, 그 목소리가 무엇을 알고 어디까지 통제하는지 가늠한다.

전시장의 안내 음성, 합성 보이스, 센서 반응음도 같은 질문을 낳는다. 친절하고 중립적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관람 순서와 체류 시간을 정할 수 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성이 특정 공간을 안전하거나 위험하게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옹의 영화 개념을 모든 사운드 설치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편집된 시간과 정해진 프레임을 전제로 하지만, 전시 관객은 이동하며 듣고 다른 관객의 소리와 건축의 잔향까지 함께 겪는다. 인터랙티브 작품에서는 관객의 행동이 다음 음향을 바꾸기도 한다.

여기서 시옹의 개념이 설명하지 못하는 범위가 드러난다. 이 분석은 소리와 이미지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정밀하게 듣게 하지만, 누가 스피커를 설치했고 어떤 데이터가 합성 음성을 만들었으며 소음이 누구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지까지 답하지는 않는다. 전시 비평에서는 시청각 지각과 함께 접근성, 노동, 장비 배치, 음량 규칙도 따로 살펴야 한다.

좋은 음향은 화면을 돋보이게 하는 음향이 아니다

시옹의 관점에서 좋은 음향을 화면에 잘 맞는 장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핵심은 소리와 이미지의 결합이 어떤 지각을 만들고, 그 결합을 작품이 얼마나 의식적으로 다루는가다. 소리가 화면의 의미를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고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둘의 불일치가 관객에게 해석의 간격을 남길 수도 있다.

제작 단계에서는 소리를 바꾸었을 때 이미지의 시간과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부터 확인할 수 있다. 화면 밖 음원이 공간을 확장하거나 속이는 방식과 음향을 들을 수 없는 관객에게 작품의 핵심 관계를 전달할 방법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분석할 때는 사운드트랙을 작품의 보조 재료로 적지 말고 편집, 스피커, 건축, 관객의 몸이 함께 만드는 구조로 기록해야 한다.

소리는 이미지가 무엇이었는지 나중에 바꾸고 프레임 밖 공간을 만든다. 관객의 몸이 장면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달라진다. 전시에서 화면을 분석한다면, 그 화면을 만들고 있는 소리부터 따로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직접 출처

  1. Columbia University Press, 《Audio-Vision: Sound on Screen》
  2. Michel Chion, 《Audio-Vision: Sound on Screen》 제1장 발췌 PDF
  3. Michel Chion 공식 사이트, “Texts”와 음향 영화 개념 용어집 소개
  4. Columbia University Press, 《The Voice in Cinema》
  5. Michel Chion 공식 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