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풍경은 폐허를 정원으로 바꿀 수 있는가
사브리나 라테의 합성 풍경은 버려진 사물과 전자 폐기물, 식물과 기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엮는다. CGI가 도피적 배경을 넘어 세계를 다시 생각하는 모형이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버려진 오토바이와 안락의자가 가상 환경으로 들어간다. 표면에서는 살점 같은 식물이 돋고, 드론과 벌을 닮은 시점이 그 사이를 통과한다. 사물은 폐기된 채 멈춰 있지 않고 낯선 생명과 관계를 맺으며 다른 존재로 변한다. 사브리나 라테(Sabrina Ratté)의 《Plane of Incidence》(2024)가 만드는 풍경이다.
CGI 풍경은 현실을 떠나는 통로로 소비되기 쉽다. 매끈한 건축과 끝없는 수평선, 기묘한 식물을 배치하면 현실에 없는 세계가 빠르게 완성된다. 하지만 라테의 화면은 아름다운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버려진 기술과 가상의 생명, 전시장의 물질이 서로 침투하면서 우리가 이미 어떤 폐허 위에 살고 있는지 되묻는다.
라테는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캐나다 작가다. Galerie Charlot의 작가 소개에 따르면 3D 스캔, 아날로그 비디오 신시사이저, 3D 애니메이션을 활용한다. 작업은 영상에 머물지 않고 인터랙티브 설치, 프린트, 조각, VR로 이어진다. 핵심은 도구 목록이 아니라 이미지가 화면 밖에서 하나의 환경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에 있다.
이미지는 배경이 아니라 생태계다
라테의 합성 풍경에는 자연과 인공물을 가르는 선이 희미하다. 콘크리트 같은 구조물은 산호나 균사체처럼 자라고, 식물은 케이블과 플라스틱의 표면을 닮는다. 실제 사물을 촬영하거나 3D 스캔한 흔적과 완전히 합성된 형상이 한 장면 안에서 같은 밀도를 얻는다.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모사인지 판별하는 일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가 중요해진다.
라테의 디지털 이미지는 현실의 반대편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에서 버려진 사물과 생태적 불안을 끌어와 새로운 연결을 시험하는 모형이 된다. Mois Multi의 《Éthéréalité》 전시 설명은 《Objets-Monde》(2022), 《Terraforma》(2022), 《Inflorescences》(2023), 《Plane of Incidence》(2024), 《Cyberdelia》(2024)를 인류세의 복잡성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루는 작업군으로 묶는다.
그중 《Inflorescences》는 식물과 균류,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전자 폐기물과 공존하도록 변이한 미래를 상상한다. 전자 부품은 생명이 사라진 뒤 남은 배경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기질이 된다. 이 장면이 낙관적인 재생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폐기물은 남고, 생명은 그 잔여물과 타협하며 계속 변한다.
버려진 사물이 다시 행위자가 될 때
작가의 《Plane of Incidence》 설명에 따르면 작품은 몬트리올과 마르세유의 거리에서 발견한 사물을 스캔해 가상 환경에 배치한다. 오토바이와 안락의자는 더 이상 용도를 잃은 물건으로만 남지 않는다. 식물성 형상과 합쳐지고, 동물과 기계를 오가는 시점에 포착되며, 생명을 매혹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이의 일부가 된다.
여기서 스캔은 현실을 정확히 복제하기보다 사물의 이전 용도를 느슨하게 풀고, 다른 생태적 역할을 부여하는 변환 장치로 쓰인다. 완성된 영상은 HD 화면, 맞춤형 Plexiglass 프레임, LED, Raspberry Pi와 결합된다. 가상 생태계도 물리적 장치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전시 형식에 남는다.
《Terraforma》(2022)에서는 이 왕복이 더 큰 스케일로 확장된다. 작가의 공식 작품 페이지는 위성 데이터로 지형을 만들고, 3D 프린트 조각에 비디오를 투사하며, 인터랙티브 영상과 키네틱 조각을 함께 구성했다고 밝힌다. 가상 지형은 화면에만 머물지 않고 다시 표면과 빛, 움직임을 가진 오브제로 돌아온다. 디지털과 물질의 경계는 사라진다기보다 여러 번 접힌다.
AI와 우연은 세계를 대신 만들지 않는다
《Cyberdelia》(2024)는 라테가 AI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보여 준다. 공식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설치는 AI와의 대화 속에서 만든 22개의 영상과 사운드스케이프, 타로의 메이저 아르카나에서 가져온 22장의 카드로 구성된다. 관객이 카드를 리더에 올리면 해당 영상이 투사된다. 질문의 답은 하나의 예언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선택과 우연, 인간과 기계의 해석이 맞물리며 새로운 장면이 열린다.
이 작업에서 AI는 세계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저자가 아니다. 작가는 카드의 구조와 영상의 수, 관객의 행위, 투사의 순서를 정한다. AI가 만든 예측 불가능한 변형도 그 틀 안에서 선택되고 배치된다. 초점은 생성 기능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비추는 방식에 있다.
그렇다고 합성 생태의 아름다움이 곧 생태적 실천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고해상도 영상, 스크린, 컴퓨터, 센서, 프로젝션은 에너지와 광물, 유지 보수를 요구한다. 폐기물을 이미지 안에 등장시키는 것과 작품의 제작·전시 조건을 바꾸는 일도 다르다. 라테의 풍경을 읽을 때는 화면이 보여 주는 공존의 상상과 그 화면을 지탱하는 물질적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
아름다운 폐허 뒤에 남는 질문
사브리나 라테의 작업은 폐허를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관계를 자라게 한다. 버려진 사물은 배경 소품이 아니라 변이를 일으키는 행위자가 되고, CGI는 현실을 대체하는 환영이 아니라 현실의 잔여물을 다시 배열하는 실험장이 된다. 그래서 이 풍경의 매력은 완벽한 미래도시에 있지 않다. 생명과 기술, 물질과 가상이 이미 뒤엉킨 현재를 낯설게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합성 풍경을 평가할 때도 화질과 몰입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사물이 세계 안에서 살아남는가. 기술은 자연을 장식하는가, 아니면 둘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가. 관객은 완성된 장면을 소비하는가, 아니면 그 장면을 만든 선택과 비용까지 보게 되는가. 라테의 작업은 이 질문들을 선명한 이미지 안에 남겨 둔다.
직접 읽은 자료
- Sabrina Ratté, Official Works.
- Sabrina Ratté, 《Plane of Incidence》.
- Sabrina Ratté, 《Terraforma》.
- Sabrina Ratté, 《Cyberdelia》.
- Galerie Charlot, Sabrina Ratté.
- Mois Multi, 《Éthéréalit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