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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 2026.06.23

도시는 화면 뒤에서 미디어가 된다

Shannon Mattern의 인프라 미디어 이론을 따라 도시, 도서관, 데이터센터, 유지보수 노동이 어떻게 디지털 문화와 미디어아트의 보이지 않는 조건이 되는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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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free editorial cover showing urban media infrastructure, blank archives, cable conduits, server glow, and maintenance tools

디지털 문화는 자주 화면 위에서 설명된다. 어떤 인터페이스가 더 매끄러운지, 어떤 플랫폼이 더 빠른지, 어떤 AI가 더 그럴듯한 이미지를 내놓는지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Shannon Mattern을 따라가면 질문의 위치가 달라진다. 화면은 끝이 아니라 표면이고, 그 아래에는 도시, 건물, 전력, 케이블, 도서관, 데이터센터, 표지 체계, 유지보수 노동이 복잡하게 깔려 있다.

Mattern의 강점은 “디지털도 물질적이다”라는 익숙한 명제를 더 구체적인 장소로 끌고 내려온다는 데 있다. 클라우드는 하늘에 있지 않고, 데이터는 도시의 전력망과 냉각 장치와 부동산 위에서 움직이며, 공공 지식은 도서관과 아카이브와 분류 체계를 통해 접근 가능해진다. 그래서 그녀에게 미디어는 스크린이나 파일 형식만이 아니라, 도시를 조직하고 유지하는 인프라 전체다.

인프라는 배경이 아니라 매체다

Mattern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배경과 전경의 관계다. 우리는 대개 작품, 앱, 플랫폼, 이미지, 인터페이스를 전경으로 보고, 케이블과 선반과 서버실과 관리 인력은 배경으로 밀어 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배경이 없으면 어떤 미디어도 작동하지 않는다. 배경은 중립적인 지지대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존되며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매체다.

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소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의 분류 방식, 접근권, 보존 정책, 공공 책임이 결합된 미디어 시스템이다. 데이터센터 역시 단순한 기술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전력과 냉각, 토지와 물류, 보안과 운영, 지역 공동체의 부담을 함께 끌어들이는 도시적 장치다. Mattern은 이런 장소들을 통해 디지털 문화가 얼마나 공간적이고 제도적이며 노동 의존적인지 보여 준다.

이 관점은 미디어아트를 읽을 때 특히 중요하다. 설치 작품은 전시장에 놓인 오브젝트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젝터의 밝기, 센서의 위치, 네트워크 안정성, 서버 유지, 장비 수명, 복원 가능성, 관람 동선, 접근성 설계가 모두 작품 경험을 만든다. 작품의 “이미지”만 보는 비평은 이 운영 조건을 쉽게 지운다. Mattern은 바로 그 지워진 조건을 다시 전경으로 불러낸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를 너무 쉽게 컴퓨터로 만든다

Mattern의 스마트시티 비판은 오늘날 더 날카롭게 들린다. 도시는 데이터로 측정되고, 센서로 감지되고, 알고리즘으로 최적화될 수 있는 대상으로 자주 설명된다. 교통, 안전, 에너지, 복지, 행정은 실시간 대시보드 위에서 효율의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시는 코드 한 벌로 환원되는 기계가 아니다. 오래된 관습, 비공식적 사용, 지역의 기억, 느린 유지보수, 갈등과 협상, 공공 책임이 겹쳐 있는 복합적인 매체 환경이다.

스마트시티의 위험은 기술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를 지나치게 계산 가능한 대상으로 상상하는 데 있다. 센서는 무엇을 감지하지 못하는가. 데이터는 누구의 움직임을 정상으로 삼는가. 자동화된 행정은 어떤 예외를 번거로운 오류로 처리하는가. 효율의 언어가 강해질수록 수리, 돌봄, 접근성, 설명 책임 같은 느린 문제는 뒤로 밀린다.

한국의 맥락에서도 이 질문은 추상적이지 않다. 초고속 네트워크, 공공 데이터 플랫폼, AI 행정, 대형 미디어파사드, 몰입형 전시, 스마트시티 실증 사업은 모두 도시를 매체 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기술 도입의 속도만이 아니다. 누가 운영하고, 누가 고치며,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어떤 공공 가치가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유지보수는 혁신의 반대말이 아니다

기술 문화는 새로움에 강하게 끌린다. 새 모델, 새 플랫폼, 새 전시 기술, 새 인터페이스가 늘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 시스템을 오래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반복적인 유지보수다. 청소하고, 패치하고, 기록하고, 보관하고, 교체하고, 다시 설치하고, 장애를 복구하는 일이 없다면 어떤 혁신도 지속되지 않는다.

Mattern이 유지보수를 이론의 중심에 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지보수는 창작 이후의 허드렛일이 아니라, 미디어가 사회 안에서 계속 의미를 갖게 하는 조건이다. 특히 미디어아트에서는 이 문제가 더 선명하다. 기술 의존적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장비가 단종되고, 파일 포맷이 낡고, 운영체제가 바뀌고, 센서와 프로젝터가 고장 난다. 보존과 복원은 작품의 외부 업무가 아니라 작품의 역사와 의미를 다시 쓰는 일이다.

공공 기관도 마찬가지다. 미술관, 도서관, 아카이브, 비엔날레는 콘텐츠를 보여 주는 장소이기 전에 지식과 경험을 유지하는 인프라다. 어떤 자료를 보존할지, 어떤 기술을 교체할지, 어떤 관객에게 접근권을 열어 줄지, 어떤 예산을 장기 운영에 배분할지는 모두 미디어 정치의 일부다. Mattern의 관점에서는 기관이 단순한 컨테이너가 아니라, 미디어 환경을 운영하는 공공 운영체계가 된다.

AI 시대의 인프라 감각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될수록 Mattern의 질문은 더 필요해진다. AI는 대개 채팅창과 이미지 결과물로 경험되지만, 그 뒤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네트워크, 데이터셋, 검수 노동, API 정책, 비용 구조, 지역 인프라가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는 말은 이 모든 조건을 부드럽게 가린다.

AI 미디어아트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었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와 계산 자원, 어떤 플랫폼 규칙, 어떤 전시 운영 조건 위에서 그 이미지가 가능해졌는가다. Mattern을 경유하면 AI 작업은 결과물의 스타일보다 기반시설의 배치와 책임 구조를 함께 묻는 장이 된다. 이 질문은 작품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확한 미학적·정치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Mattern이 남기는 기준은 단순하다. 좋은 미디어 비평은 보이는 화면만 보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 기관, 노동, 유지관리, 공공 책임까지 함께 본다. 디지털 문화가 점점 더 가벼운 인터페이스처럼 보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떠받치는 무거운 인프라를 더 집요하게 읽어야 한다.

끝내 남는 질문

Mattern은 도시를 덜 기술적으로 보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가 이미 충분히 매체적이고 기술적이라는 사실을 더 정확히 보자고 말한다. 다만 그 기술성을 효율과 자동화의 언어로만 읽지 말고, 유지와 접근, 공공성, 수리, 보존, 책임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더 매끄러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더 책임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가.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문화가 다음 단계로 가려면, 새로움의 속도뿐 아니라 오래 버티는 조건을 미학의 일부로 읽어야 한다. Shannon Mattern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느리고 단단한 질문을 디지털 문화의 중심으로 돌려놓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