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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2026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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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완성되지 않은 채로 작동한다

Ian Cheng: simulation worldbuilding cover

대부분의 예술 작품에는 완성이라는 순간이 있다. 작가가 마지막 붓질을 멈추고, 편집을 마치고, 코드를 저장한 뒤 렌더링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이후부터 작품은 전시장 벽에 걸리거나 스크린 위에 재생된다 — 언제 봐도 동일한 상태로.

Ian Cheng은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완성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완성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Cheng의 작업은 실시간으로 계산되는 시뮬레이션이다. 캐릭터들은 행동 규칙에 따라 서로 반응하고, 환경은 그 반응에 다시 반응하며, 관객이 같은 공간에 서 있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세계는 다르다. 그는 결과물을 만들지 않는다. 세계가 작동하는 조건을 설계한다.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를 만든다는 것

Cheng의 대표 연작 Emissaries(2015–2017)는 언뜻 영상처럼 보인다. 낯선 생명체들이 이상한 환경 속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이것은 편집된 영상이 아니다. 매 순간 규칙에 따라 새롭게 계산되는 라이브 시뮬레이션이다. 캐릭터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행동 성향을 가진 에이전트다. 환경은 배경이 아니라 변수들의 집합이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영상은 미리 결정된 사건을 재생한다. 시뮬레이션은 규칙이 낳는 가능성 공간을 실행한다. Cheng에게 예술 작품은 고정된 의미의 그릇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환경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태에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관객은 해석자가 아니라 목격자다.

이 태도는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연구의 오래된 질문과 닿아 있다. 복잡한 행동은 복잡한 설계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단순한 규칙들의 상호작용에서 창발하는가. Cheng의 답은 분명하다. 세계가 흥미로워지는 것은 작가가 모든 사건을 직접 통제할 때가 아니라, 에이전트들과 환경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충돌할 때다.

BOB라는 존재와 AI 시대의 선취

BOB (Bag of Beliefs)(2018–2019)는 Cheng의 관심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간다. 이 작업의 중심은 하나의 인공 생명체다. BOB는 환경 자극에 반응하고, 신념과 성향을 축적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된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갱신하는 behavioral entity다.

이 작품이 2019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익숙해진 대화형 AI, 자율 에이전트, AI 페르소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훨씬 전이다. Cheng은 그 미래를 기술 예측으로 상상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 실천으로 모델링했다. 디지털 존재가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관객과 에이전트 사이의 상호작용은 그 존재를 어떻게 변형하는가, 학습과 적응은 어디서 끝나고 개성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오늘날 이 질문들은 더 이상 예술 실험의 영역에만 있지 않다. 추천 알고리즘, AI 캐릭터, 자율 에이전트가 일상 환경 속에 작동하는 2026년에, Cheng이 2019년에 던진 질문은 더 날카롭게 들린다. 예술가로서 그는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낼 존재 조건을 먼저 탐색했다.

완성되지 않는 것의 미학

Cheng의 작업에서 가장 도발적인 측면은 아마도 이것이다: 그는 작품을 완성으로 이끌려 하지 않는다. Emissaries의 세계는 전시가 끝난 뒤에도 계속 계산될 수 있다. BOB는 관객이 없어도 어떤 상태를 유지한다. Life After BOB(2021–2022)는 하나의 존재가 사라진 뒤 세계가 어떻게 재조정되는지를 탐색한다.

이것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다. 완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재질문이다. 미술관의 그림은 작가가 붓을 내려놓은 순간부터 완성이다. 하지만 Cheng의 세계는 계산이 멈추는 순간만 완성된다 — 그것이 곧 죽음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미디어아트가 왜 기존의 완성 개념으로 평가되기 어려운지를 압축한다. 작품의 가치는 최종 결과물의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만들어낸 가능성의 공간과 그 공간 안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있다. 관객은 무언가를 감상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스템에 잠깐 참여했다가 떠나는 것이다.

지금 이 질문은 어디에 있는가

2026년에 Ian Cheng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성형 AI가 거의 모든 곳에서 이미지를 만들고, 텍스트를 쓰고, 코드를 생성하는 지금, 많은 AI 아트는 여전히 "무엇을 만들었는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다. 결과물의 아름다움, 스타일의 정교함, 프롬프트의 창의성.

Cheng은 다른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AI가 어떤 세계를 작동시키는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존재들은 어떤 행동 구조를 가지는가. 관객은 그 세계 앞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이것은 기술 낙관론도 비판론도 아니다. 시뮬레이션이 환경이 되었을 때, 에이전트가 존재처럼 작동하기 시작할 때, 예술가는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 라는 설계자의 질문이다. Cheng의 작업이 AI 아트 담론에서 여전히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가 생성보다 행동을, 결과보다 세계를, 완성보다 작동을 더 흥미로운 문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 세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요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