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권력의 틈에서 전술이 된다
전술 미디어를 저항적 이미지의 스타일이 아니라 기존 채널과 권위의 형식을 잠시 전유해 권력 관계를 드러내는 사건의 기술로 읽는다.

저항적인 이미지가 반드시 권력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날카로운 문구와 거친 화면, 해킹을 닮은 시각 언어도 전시장과 광고 캠페인 안에서 금세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될 수 있다. 반대로 평범한 웹페이지, 보도자료, 데이터베이스, 프로젝션, 플랫폼 계정은 사용되는 위치와 방식에 따라 강한 정치적 사건이 된다.
전술 미디어는 바로 이 차이를 설명한다. 핵심은 어떤 매체를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권력의 채널과 권위의 형식을 누가 어떻게 빌려 쓰고 비틀며, 그 개입이 어떤 공중과 반응을 만들어 내는가에 있다. 작품은 메시지를 담는 그릇을 넘어, 권력의 흐름에 잠시 틈을 내는 행동이 된다.
권력의 회로를 빌려 쓰는 예술
David Garcia와 Geert Lovink는 1997년 「The ABC of Tactical Media」에서 전술 미디어를 값싼 DIY 매체와 확장된 배포 수단을 이용하는 참여적 실천으로 설명했다. 그들에게 전술 미디어는 사건을 중립적으로 전달하는 보도가 아니다. 사건에 참여하고, 위기와 비판과 반대의 순간에 개입하는 매체다.
여기서 전술은 거대한 인프라를 새로 소유하는 전략과 다르다. Garcia와 Lovink가 Michel de Certeau를 따라 읽은 전술은 자기 영토가 없는 쪽이 강자의 장소, 시간, 언어, 규칙을 잠시 전유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발표 형식, 언론의 신뢰 문법, 플랫폼의 검색과 추천, 도시의 표면, 네트워크의 접속 규칙이 모두 개입 지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전술 미디어는 장르명이 아니다.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프로젝터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술적이지 않다. 무엇을 겨냥했는지, 어느 회로에 들어갔는지, 누가 위험을 부담했는지, 대상과 공중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매체 목록보다 대상–전유–참여–반응의 연결이 작품을 설명한다.
이미지를 넘어 사건을 설계한다
전술 미디어의 대표적인 형식은 권위의 외형을 뒤집는 일이다. The Yes Men은 기업과 기관의 공식 발표를 닮은 퍼포먼스에 유머와 속임수를 사용해, 사람들이 어떤 말투와 무대와 로고를 권위로 믿는지 드러내 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짜가 얼마나 정교한가가 아니라, 사칭이 감춰진 이해관계를 얼마나 공적인 논쟁으로 바꾸는가이다.
Critical Engineering은 개입의 범위를 더 깊은 기술 층으로 옮긴다. 「The Critical Engineering Manifesto」는 공학을 우리의 이동과 소통과 사고를 형성하는 변형적 언어로 보고, 기술 의존을 연구하고 노출하는 일을 강조한다. 인터페이스 뒤에 숨은 프로토콜과 데이터 흐름, 구현 방식이 비평의 재료가 되는 순간, 작품은 기술을 묘사하는 대신 기술이 실제로 행사하는 권한을 시험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을 선언할 수는 없다. 삭제, 논란, 보도량, 조회 수, 법적 경고는 반응의 증거일 뿐 사회적 변화의 증거와 같지 않다. The Yes Men이 스스로 “한 번의 행동은 긴 캠페인의 작은 일부”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전술은 순간의 혼선을 만들 뿐 아니라, 그 뒤에 설명과 기록, 연대와 학습이 이어질 경로를 남긴다.
플랫폼과 AI가 전술을 다시 포획할 때
오늘날 전술 미디어는 1990년대보다 더 넓은 개입 표면을 갖는다. 검색 순위, 추천 피드, 신고 시스템, 지도, 앱스토어, API, 챗봇, 생성형 AI 인터페이스는 모두 접근과 가시성을 배분한다. 오류 메시지와 거부 응답, 요금제와 사용량 제한조차 누가 말하고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통치의 표면이다.
동시에 플랫폼은 비판을 매우 빠르게 흡수한다. 전술적 사건이 관심을 끌수록 참여 지표와 광고 가치도 플랫폼으로 돌아간다. 해킹풍 이미지, 글리치, 사칭, DIY의 외형은 권력 관계를 건드리지 않은 채 브랜드의 신선한 스타일로 재활용될 수 있다. 바이럴은 도달의 지표일 수 있지만, 권력의 역전을 자동으로 뜻하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이 긴장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합성 문서와 목소리, 그럴듯한 이미지가 이미 정보 불신을 키우는 환경에서는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약자를 보호하거나 권위를 폭로하기보다 혼란을 확대할 수 있다. 동시대의 전술은 누구를 겨냥하는지, 오인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정정 경로가 있는지, 제삼자와 데이터 주체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더 엄격하게 설계해야 한다.
끝내 남는 판단
전술 미디어의 가치는 얼마나 과격해 보이는가가 아니라, 어떤 권력의 어떤 틈을 누구와 함께 열었고 그 뒤에 무엇을 남겼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잠깐의 균열 뒤에 기록, 설명, 보호, 교육, 후속 조직이 없다면 개입은 관심의 이벤트로 끝나기 쉽다.
미디어아트가 권력을 비판한다고 말할 때 마지막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작품은 권력의 이미지를 보여 주는가, 아니면 권력이 작동하는 회로를 실제로 다르게 사용하게 만드는가?
이 글의 역사적 출발점은 David Garcia와 Geert Lovink의 「The ABC of Tactical Media」, Rita Raley의 『Tactical Media』, The Yes Men의 공식 실천 원칙, 「The Critical Engineering Manifesto」다.